"히스이, 준비 완료!"

어린 시절 히스이의 기억이라곤 일륜회에서 훈련을 하던 기억뿐입니다.
평범한 유년기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었죠.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일륜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함께 고된 시간을 버틴 동기, 길을 비춰준 든든한 선배, 천진난만하게 나를 따르던 후배까지..
비록 떳떳하진 못할지언정 떠나고 싶지 않은 더없이 소중한 장소였죠.

배신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습니다.
그들이 자행하는 일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에 가까운 그림자 속의 일이었으니까요.
마음속의 어둠은 불신을 만들고, 그 불신은 실수를 만드는 법이죠.
단지 그 대상이 그녀와 정말 가까웠던 사람이었을 뿐..

처음엔 조직을 배신한 사실에 대해 화가 났습니다.
감히 일륜회를 등지고 달아난 도망자에게, 반드시 그 죗값을 치르게 하겠노라 결심했죠.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히스이의 머릿속은 섭섭한 의문만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왜 아무런 말도 없이 도망쳤을까."

히스이는 오늘도 도망자를 찾아 발걸음을 옮깁니다.
과연 그녀는 배신자를 만나게 됐을 때 무슨 감정으로 어떤 말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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