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나 크고 작은 사고가 나기도 합니다.
그저 번거롭고 귀찮은 작은 사고일 수도, 인생의 반환점이 되는 큰 사고일 수도 있죠.

불행히도 블레어에게 엄습한 사고는 그녀의 인생을 바꿀 만큼 큰 사고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과 그녀가 꿈꾸던 미래는 누군가가 무심코 꺼트린 촛불처럼 허망하게 연기로 변해 흩어졌죠.

예고 없던 사고와 진실에 대한 은폐는 블레어의 의지와 정신으론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VF 능력자를 향한 증오와 분노, 그리고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그녀 자신을 갉아먹으며 원동력으로 삼았죠.

블레어는 그들을 무작정 찾아 나섰습니다.
비슷한 사례의 사건 현장에 가거나, 직접 그들을 찾고, 몇 명은 그녀의 손으로 직접 처리하기도 했죠.
그럴수록 각성자들의 혐오와 분노는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알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배후의 뿌리는 깊고 어두웠으며, 몸은 점점 망가져 가고, 뇌사 판정을 받은 아버지도 돌봐야 했죠.

절박한 블레어에게 아글라이아의 도움은 그야말로 선물이었습니다.
마치 그녀가 원하는 게 뭔지 미리 알고서 접근한 것처럼 모든 것을 제공했죠.

오늘도 그녀는 복수를 위해 VF 능력자들을 탐지하고, 추적합니다.
자신이 찾고 있던 사건의 배후가 아글라이아인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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