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스는 누군가의 필요에 따라 재단되는 삶을 살았습니다.
처음엔 가혹한 VF 실험의 대상으로, 그다음에는 잔혹한 전투원으로.
자아를 내려놓고 명령을 완수하면 쓸모를 인정받았고,
그렇게 다음 임무가 주어지면 그만큼의 처분을 유예할 수 있었죠.
그런 세레스에게 복종 이외의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세레스에게 이름을 선물하고 세레스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낭만을 좇는 한 소녀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비록 처음에는 임무를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최소한의 역할을 다했을 뿐이지만,
소녀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검 한 자루와 함께 세레스에게 보답했습니다.
쓸모나 가치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긍정하고 소중히 여겨준 사람.
그날 세레스는 이 검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아가씨'를 지켜내겠노라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가치에 의해 유예받은 삶에서, 의무를 저버린 대가는 무거웠습니다.
끊이지 않는 임무들과 사라진 아가씨. 적이 되어 나타난, 외면했던 과거.
아가씨와 함께 나눈 우정의 증표는 손안에서 산산조각 났고,
세레스는 소중히 여겼던 검과 아가씨를 모두 잃을 뻔했죠.
지금, 세레스는 다시 아글라이아의 앞에 섰습니다.
부러질지언정 무너지지만은 않겠다는 신념과 함께.
세레스는 이 섬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