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루미아 섬의 생존자 여러분.
시즌 8 루미아 개발 일지의 마지막 소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지난 3편에서 예고해드린 바와 같이, 이번 개발 일지에서는 가장 어렵고 무거운 주제인 시즌 8의 '스킬 가속' 도입에 대한 내용 및 치유 감소, 파밍, 다무기군 실험체 등 게임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생존자 분들의 의견을 여쭤보려 합니다.
스킬 가속 도입에 대한 반성
지난 시즌 개발팀과의 만남에서 말씀드렸듯, 스킬 가속 시스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의 고점을 높일 수 있는 변화였다고 생각했으며, 장기적인 도입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실제로 플레이어분들께서 공감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봤을 때, 장기적 필요성 단 하나를 제외한 모든 부분이 실책이었습니다.
과정과 소통의 문제
첫 번째로, 가장 먼저 말씀드려야 할 부분은 장기적 필요성에 공감해주셨던 분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던 매끄럽지 못했던 과정입니다. 스킬 가속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플레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수치를 초기에 너무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점은 좋지 않은 판단이었으며, 프리 시즌 기간 동안 좀 더 적극적으로 핫픽스를 진행하지 못한 점 역시 크게 후회가 되는 부분입니다. 분명히 도입을 조금이라도 더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소통 역시 문제가 있었습니다. 간담회 및 공지 등에서 진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변경점에 기대하는 결과를 과하게 포장한 부분이 있었으며, 과거에 있었던 유사한 사례들을 반복하여 언급한 것 역시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오직 진행하고자 했던 패치 그 자체와 앞으로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결정의 문제
하지만 과정과 소통보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결국 스킬 가속을 시즌 8에 도입하기로 한 의사 결정 그 자체였습니다. 앞서 해당 변경의 장기적 필요성에 대해서 말씀드렸지만, 돌이켜보면 그조차도 이번 시즌에 무리하게 도입해야 할 정도로 크진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과정과 소통이 지금보다 매끄러웠다고 해도, 스킬 가속 같은 위험한 변화가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쿨감 격차 해소는 어느 정도 안정화 되었지만, 아이템 빌드의 다양성에 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직 조정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목표로 했던 장기적 필요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시즌 8은 절대로 적절한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팀 체질 개선
스킬 가속 도입 결정 및 그 과정에서의 실책들은, 결과적으로 이터널 리턴을 있게 만들어주셨던 가장 큰 원동력인 플레이어분들의 신뢰를 심각하게 해치고 말았습니다.
개발팀에서는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팀 체질 자체의 구조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다음과 같은 해결책을 진행중이거나, 준비하고 있습니다.
과정의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기민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오퍼레이팅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플레이어분들의 이야기가 팀의 결정까지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라인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소통 문제 해결을 위해, 패치 노트 영상 및 본 개발 일지 등을 포함하여 플레이어분들의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듣기 위한 시도들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문제에 대해서, 새로운 인력의 수혈과 역할 변경, 일부 담당자의 교체 등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부분은 차주 진행될 개발팀과의 만남에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직과 사람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단번에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달라졌다’는 당장 어렵겠지만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드릴 수 있도록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변화의 방향성 - 안전한 변화와 위험한 변화
변화의 양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여전히 이터널 리턴 역사상 가장 나쁜 평가를 받았던 시즌은 변화가 매우 적었던 시즌 2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결과가 좋지 못했던 시즌들, 특히 이번 8 시즌의 결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변화의 양만큼이나 변화의 속성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시즌 3~5 - 안전한 변화
시즌 3, 4, 5는 연달아 전 시즌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 시기의 변화들은 대개 빈사 스킬, 샤드, 날씨, 식물, 루미, 큐브, 휴대용 키오스크 등 기존 플레이에 더해지는 안전한 변화였습니다.
해당 시기에도 당연히 적응하기 어려운 피쳐들도 있고, 부족한 모습을 통해 플레이어분들께서 실망하신 피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들에 적응하기 어려워도 게임 플레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수준은 아니었으며, 안개 날씨, 큐브 등의 불호가 많았던 피쳐의 경우, 큰 소요 없이 역할을 축소하거나, 게임에서 비활성화 하는 것으로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시즌 6~8 - 위험한 변화
반면, 시즌 6, 7, 8은 이전 시즌보다는 나쁜 성적을 기록했으며, 이 시기에는 돌이켜 보면 각 시즌마다 위험한 변화를 하나씩은 시도했습니다. 시즌 6 VLS의 도입은 하이퍼루프로 이동하는 기존 이동 체계를 뒤엎는 변화였습니다. 지금은 루미아 섬에 안착한 상태이지만, 그 안착까지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VLS로 인한 혼란이 채 수습되기도 전, 시즌 7의 사출 방지가 게임 초반 게임 플레이 변화 및 랭크 대전에서의 게임 후반부 생존 팀 수 증가와 그로 인한 ABC 문제의 심화를 야기하였으며, 시즌 8의 스킬 가속 역시 기존의 아이템 빌드와 그에 기반한 게임 플레이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적응 기간을 강제하였습니다.
위험한 변화에 대한 접근 방식
위험한 변화는 바꿔 말하면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오랜 기간 사랑받으며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라이브 게임들은 대부분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즉, 해당 변화들을 시도한 것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세 시즌 연속으로 무리하게 시도한 부분이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무효화 될 수 있는, 큰 부담을 동반한 변화를 쉼 없이 시도하는 과정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인지적인 부분에서, 개발팀 입장에는 작업 분량에 대해서 큰 부하를 가져왔습니다. 지난 시즌의 변화가 가져온 상처들이 미처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경점들을 충분히 안정, 정제하지 않은 상태로 플레이어분들께 선보이고 말았으며, 그 결과 혼란스럽고 불합리한 시즌 플레이 경험을 드리고 말았습니다.
시즌 전략 - 혁신적인 큰 시즌과, 확장적인 작은 시즌들
이제부터 이터널 리턴에서 혁신적인 변화는 충분한 준비가 되었을 때, 특정한 시즌에 집중해서 시행하고, 그 변화를 충분히 안착 시킬만큼의 기간 동안은 안전하고 확장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혁신적인 변화가 특정 시즌에 집중되면 해당 시즌의 게임 플레이 환경과 밸런스는 훨씬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더 큰 연구하는 재미를 줄 수 있으며, 모두가 공평한, 대혼돈 상태를 가져옴으로 인해 밸런스에 대한 단기적인 불쾌감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방치된 채로 그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불쾌해지는 것은 같겠지만, 변화가 집중된 시즌에는 더 빠른 대응을 위한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 신속하게 안정화 하겠습니다.
위험한 시도들을 시즌마다 나누지 않고, 시도들을 모아서 하나의 '혁신적인 큰 시즌'으로 구성하는 것이 앞으로의 이터널 리턴의 전략이며, 실제로 스쿼드로의 전환, 부활 방식 변경, 전술 스킬 추가, 장식 삭제, 실험체 스킬 변경 등 정말 다양한 혁신적 변화가 함께했던 시즌 1이 성공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다가오는 시즌 9와 시즌 10은 안전하고 확장적인 변화를 위주로 구성하여 플레이 환경 안정에 주력하며, 다음 혁신적인 큰 시즌을 위해 준비하는 발판으로 삼겠습니다.
혁신적 변화를 위한 구조 개선 논의
혁신적인 변경이 담긴 큰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이터널 리턴의 현재 구조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들에 대해 이야기 드리고자 합니다. 아래 공유드릴 내용들은 각 항목에 필요한 준비 및 공감대 형성이 충분히 진행된 시점에 개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치유 감소
치유 감소는 특정 조합이나 실험체에 대한 카운터 기믹의 역할이 아닌 거의 모든 팀을 상대로 반드시 필요한 기믹이며, 사실상 보유가 강제되어 아이템 빌드 구성 시 초반부터 후반까지 모두 한 자리를 필수로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치유 감소가 중첩이 되지는 않기 때문에, 팀의 모든 플레이어가 치유 감소 아이템을 확보할 경우 역으로 불리해지는 부분이 생기는 등의 부가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설문 1. 치유 감소 시스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① 치유 감소가 사라져야 한다. ② 치유 감소가 아이템 이외의 방법으로 변경되어, 장비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져야 한다. ③ 치유 감소를 아이템에서 얻는 구조를 유지하되, 지금보다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④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⑤ 기타 의견 (주관식)
파밍과 제작
파밍과 아이템 제작은 이터널 리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제작 시간도 줄어들고, 장비 아이템 부위도 6부위에서 5부위가 되었으며, 파밍이 아닌 다양한 아이템 획득 방식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그 중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들었습니다.
전설 장비 제작 시 재료를 줍는 과정은 특히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팀원이 영웅 등급 제작이 끝난 후 팀 합류 시점에 전설 재료를 찾는 과정은 팀 전체의 이동 동선에 불편함을 가져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초반 파밍 단계에서 재료를 외워서 미리 줍는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인벤토리 관리등의 문제 등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시스템적인 편의 보완을 추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그 결과 가장 진입장벽이 큰 게임 플레이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생명의 나무'와 같은 희귀 재료는 획득 과정의 재미와 피드백이 비교적 명확합니다. 하지만 생명의 나무와 함께 조합을 해서 전설 장비를 제작하기 위해 '가위’ 같은 아이템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학습 장벽은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설문 2. 전설 장비 제작을 위한 하위 재료 수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① 전설 장비 제작 시 하위 재료 수집은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② 하위 재료의 종류를 줄이고, 최대한 제작식을 단순화 하는 식으로 완화하면 좋겠다. ③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④ 기타 의견 (주관식)
게임 초반 영웅 장비 파밍 역시 매 판 1~2분 정도 소요되는 반복적인 요소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위 전설 장비 제작 재료에 비해 훨씬 게임의 근본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할 예정입니다.
설문 3. 영웅 등급 장비 제작 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① 장기적으로 영웅 제작 과정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② 게임의 아이덴티티이므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작게 변경하는 것이 좋다. ③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④ 기타 의견 (주관식)
다무기군 실험체
초기에는 실험체 수가 적어 무기군으로 플레이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2개 이상의 무기군을 사용하는 실험체들을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가장 큰 차이점인 무기 스킬에 더해 공격 사거리와 아이템, 숙련도 스탯 등 여전히 무기군 별 차이점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차이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높은 스킬 활용도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스쿼드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을 전제했을 때, 무기군 별로 차별점을 크게 둘 경우 어느 한 곳에서는 거의 반드시 밸런스 문제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 현재는 일부 소수 실험체를 제외하면 무기군의 차이를 무기 스킬 차이 정도에 그치도록 조금씩 억제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다무기군 실험체는 현실적으로 밸런스 조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아이템, 무기 스킬의 경우 다른 실험체들과 엮여 있기 때문에, 무기 숙련도만으로 밸런스를 조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문제가 가장 극단적으로 발생한 케이스가 이번 시즌의 재키 리워크입니다.
그 외에도 같은 캐릭터임에도 무기군이 다를 경우 스킨 제작 시 애니메이션 작업량은 거의 캐릭터 1개 분량만큼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공수가 크게 증가함에도 실제 플레이어 체감은 스킨 1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즉, 무기군을 줄이면 장기적으로 스킨 퀄리티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설문 4. 다무기군 실험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① 무기군 별 플레이 스타일 차이가 적은 실험체부터, 사용 무기수를 줄여나가도 괜찮다. ②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③ 기타 의견 (주관식)
마무리하기에 앞서, 지난 비정상 플레이와 부계정 관련 설문 결과를 공유드립니다.
이번 개발 일지에서는 스킬 가속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시즌 전략의 변화 방향성과, 장기적인 게임 구조 개선 아이디어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개발 일지 1편에서 말씀드렸듯, 개발팀 내부에서는 이번 신뢰의 위기를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도 크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개발 일지의 설문 결과와 함께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 주 개발팀과의 만남에서 직접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9월 30일 오후 7시에 진행될 개발팀과의 만남도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드립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